디즈니랜드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모든 역사적인 발견에는 그에 걸 맞는 에피소드가 있다. 예를 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목욕탕에서 갑자기 유레카를 외치며 뛰쳐 나오는 장면이나, 뉴턴이 낮잠을 자다가 머리 위로 떨어 진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을 발견 하는 장면 등이 바로 그 것이다.
경제 성장에 관한 발견 또한 이러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스키장 리프트> 논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인 발견에 대한 에피소드만 기억 하고 있는데, 사실 경제학 또한 우리의 생활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흥미로운 학문이기에 일상적인 생활에서 시작 된 연구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카테고리에서는 이런 에피소드와 연구에 대해 하나씩 풀어 보려고 한다.
1986년, 42살의 경제학자 배로는 로머와 함께 이야기를 주고 받다 한 가지 의문점을 발견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왜 디즈니랜드에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인가. 스키장 리프트에는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인가.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긴 줄은 시장의 실패이다. 가격을 조금만 올리면 이런 수익이 높아짐과 동시에 이렇게 줄을 서는 상황도 개선 될 수 있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연구를 시작 하였다. 처음에는 이 문제가 ‘희소자원의 무분별한 사용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 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 했지만, 이내 그 것이 답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스키 리조트 오너들은 이미 수요에 따라 가격을 높이고, 낮추는 정책을 티 나지 않게 실행 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키장의 리프트는 한 번 탈 때 마다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사용료를 지불 하고 이용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리프트를 한 번 탈 때 드는 비용은 스키장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루 사용료가 100달러인 스키장을 이용 한다고 가정 했을 때, 사람이 많아 리프트를 10번밖에 이용 하지 못했다면 그 날의 리프트 이용 가격은 회당 10달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거의 없어 리프트를 20번 이상 이용 할 수 있었다면, 그 날의 리프트 이용 가격은 1회당 5달러 이하가 될 것이다.
스키장 운영자들은 시즌에 따라 스키 리프트 이용권의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리프트의 1회 이용 가격을 조절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소비자의 관점에서 지나치게 이익을 쫓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용객이 최대한 비용을 많이 부담 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방식을 사용 하였을 때의 또 하나의 장점은, 관리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리프트를 1회 이용 할 때 마다 비용을 징수 하게 한다면 그 관리에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스키를 타는 사람들은 그 날 스키장이 얼마나 붐빌지 알 수 없다. 때문에 모든 것은 리프트 앞에 늘어 진 줄의 길이에 따라 결정 되고, 오너는 리프트 이용료를 동일하게 받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키장 이용객의 수에 따라 그 날 스키어가 부담하는 실제 비용은 자동으로 조절 되고 있다.
이 때까지 경제학자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경제학의 논리를, 스키장 운영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노동 및 기타 시장에 대한 스키장 리프트 가격 책정 방식 적용> (Ski-Life Pricing, with Applications to Labor and Other Markets) 이라는 논문이 1987년 12월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리게 되었다. 디즈니랜드와 스키장에 길게 늘어 선 줄에 대한 경제학자의 호기심이 새로운 경제 이론을 찾아 낸 것이다.
경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 없이 발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 하는 것들도, 가끔 '왜?' 라는 의문점을 가지고 보면 연구 할 거리가 무궁무진하게 많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제 4차 산업혁명이 시작 되고, 이제는 더 많은 인재들이 다음의 경제를 위하여 이러한 연구를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은 이렇게 우리의 생활의 변화와 더불어 끊임 없이 발전 해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