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의 생애 및 아동관, 교육 사상
루소의 생에는 결코 운이 좋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출산 직후 채 한달이 되지 않았을 무렵 어머니가 출산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를 키워 주던 아버지마저 그가 10살이 되던 해 도시를 떠나는 바람에 외삼촌의 손에 맡겨졌다. 이후 목사의 집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공증인이나 조각가가 되기 위한 여러 견습생 생활을 전전하던 중 아버지의 재혼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후 바랑부인을 만나 경제적, 학문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 한 루소는 젊은 하녀 테레즈 르바쇠르를 만나 다섯 아이를 낳아 모두 고아원에 위탁한다.
루소는 그 자신이 부모의 존재를 거의 누릴 수 없을 정도로 방치에 가까운 어린 나날을 보냈고, 본인 또한 자신의 다섯 아이를 모두 고아원에 위탁하였다. 이러한 그가 부모의 역할을 매우 강조한 『에밀』을 집필하고, 당시 귀족들이 자녀를 자격 미달의 가정교사에게 맡기는 관행을 타파하도록 장려한 것은 커다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그의 저서 『에밀』에도 그에 대한 죄책감이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소의 『에밀』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가 되어 그 임무를 다 하는 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신상한 의무라고 보았으며, 어떤 훌륭한 교사보다도 분별 있는 아버지가 아이를 더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아이를 자연에서 타고 난 본성 그대로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에밀』을 통해 본 루소의 교육관
『에밀』은 에밀이라는 한 소년이 태어나 서부터 성장하여 결혼하기까지의 기간에 걸친 성장 소설이다. 루소가 생각 하는 가장 이상적인 가정 교사에 의하여 키워지고, 지도를 받으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소설의 형식으로 써 내려 갔다. 책은 유아기, 아동기, 소년기, 청년기, 성년기의 5장으로 이루어 져 있으며, 각각의 시기에 어떠한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매우 일관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 1부, 유아기는 출생에서부터 다섯 살까지의 기간에 대한 내용이다. 이 시기에는 기저귀나 배내옷을 입히지 않고 어머니가 직접 모유를 먹이도록 하였다. 아이가 최대한 자연에서 받은 능력을 발휘하게 해 주고, 부모는 자연이 선물 한 부모 로서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아이를 낳자 마자 유모에게 젖을 물리게 하고 고아원에 위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이루어 졌던 당시 귀족사회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1부의 내용은 대부분 아이가 자연 상태에서 그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 져 있다. 아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말 할 때까지 기다리게 하고, 아이가 울어도 부모가 화를 내지 않도록 한다. 아이는 거리 감각이 없으므로 산책을 통하여 아이에게 공간과 거리 감각을 알려줄 수 있도록 하는 등 최대한 아이가 주변의 사물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제 2부, 아동기는 아이가 6~12세가 되는 시기이다. 이 때에는 머지않아 이성이 발달할 것을 기다리며 암기 위주의 독서 교육을 멀리하고, 그저 다가올 지식의 습득 시기를 위한 언어 습득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암기가 아니라 경험을 통하여 다양한 사물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현대 사회에서는 조기교육을 강조하며 아직 유치원에 다닐 뿐인 어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등의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지만, 루소에 의하면 이는 오히려 아이를 더 빨리 오류에 빠지게 하는 일이다. 부모는 다만 아이가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하고, 암기 위주의 독서 보다는 온 세상을 스승으로 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참된 역할이라고 보았다.
제 3부, 소년기는 12세에서 15세까지의 시간이다. 이 때에는 아이가 호기심을 갖고 지식을 탐구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을 부모의 역할로 보았다.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절대 가르치려 해서는 안되며, 아이가 이해하는 것만 가르치게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아이가 그 학문을 이해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학문의 필요를 이해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며 도대체 왜 이 것이 우리가 사는 데 필요 한 지 이해하지 못한 채로 미분이나 적분을 배우고 있는데, 루소에 의하면 이는 매우 부적절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제 4부는 15세에서 20세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이다. 아이가 사랑을 가진 존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동정심과 선, 양심, 종교에 대한 믿음 등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성을 지켜 나가고 함양할 수 있도록 함과 함께, 성에 눈을 뜨는 시기에 이를 최대한 늦추기를 권하고 있다.
제 5부는 20살이 된 에밀이 결혼을 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소피와 만나 결혼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며 남녀의 서로 다른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고, 부부 사이에 지켜야 할 것들을 강조한다.
『에밀』에 전반적으로 강조되는 루소의 교육관은 단 한 가지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선함을 간직하고 태어나지만, 인간의 욕심으로 인하여 악해지고, 지나친 욕심과 지식의 주입으로 인하여 탐욕스러운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리해서 지나치게 지식을 주입하기 보다는 자연 상태에서 타고 난 선함을 키우고 본성을 간직한 채 인성적인 어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에밀의 문학적 가치와 평가
『에밀』은 그 시대 귀족들의 삶과 교육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부모가 역할을 다하고자 하게 만들었으며 생모가 직접 젖을 물리게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참다운 부모가 되기 위하여 이를 육아의 필독서로 읽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처럼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에밀』은 문학으로서, 혹은 부모를 위한 교육서로서 그 가치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루소의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5세에 이미 진로를 결정하여 특성화 고등학교에 갈지 일반 고등학교에 갈지를 정해야 하고, 16세에는 또 다시 이공계열과 상경계열 중 하나를 선택하여 문/이과를 나누어야 한다. 이러한 빠른 선택에 오류가 없도록 하기 위하여 많은 아이들이 유치원때부터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적게는 한 학기 정도, 많게는 3년 이상의 내용을 선행학습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루소의 말처럼 아이가 그 학문의 필요를 느낄 때까지 학습하지 않도록 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남자는 진리를 연구하기 위하여 공부하고, 여자는 아첨과 술수를 목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소녀들에게 진지한 교육을 하는 것을 반대 한 루소의 사상은 현대에 와서는 완전히 찬성 받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루소는 에밀이라는 단 한 명의 소년에 대한 성장기를 그림으로써 루소가 생각하는 교육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모두 서술하였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고, 각각 다른 본성을 타고 난 사람, 그리고 각기 다른 신체적 조건을 타고 난 사람들이 있다. 또한 부모나 가정교사로부터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아이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고려하였을 때 부모가 자녀를 키울 때 참고할 도서로는 추천할 수 있겠지만,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 처한 여러 아이를 모두 돌보아야 할 학교 교사에게 절대적인 기준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